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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고 있던 신용이야기




신용등급이 뭐죠

2011년 8월 2일, 투자자들을 악몽의 골짜기에 던져버린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의 하나인 S&P가 70년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끌어내린 것입니다. 이 일로인해 세계 증시는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고 연이어 터져나온 유럽연합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설에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과연 신용등급이 뭐길래 이렇게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걸까요?

 

신용등급이란 빌려준 돈을 갚을 가능성을 계량화한 지표입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는 말은, 미국이 돈을 빌렸을 때 제대로 갚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신용등급 강등 전에 미국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신용등급이 있습니다. 우리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방문하면, 은행은 우리의 신용등급을 보고 대출 조건을 결정합니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돈을 미루지 않고 갚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므로 낮은 이자만 받고서도 돈을 빌려주지만, 신용등급이 너무 낮은 경우 대출 자체가 거절되기도 합니다.

 

신용등급,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리나라에는 개인의 신용등급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 정도 되는데 신용평가사가 신이 아닌 이상 2,500만명의 상환 가능성을 모두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이들은 통계와 확률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방대한 금융기록을 분석하여 과거의 기록과 미래의 연체 확률 사이의 상관성을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장기간 연체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다음 번에도 연체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지요. 연체정보, 신용카드발급정보, 대출정보를 포함한 수많은 정보들을 분석하여, 이러한 정보들과 연체율과의 상관성을 표시한 평가틀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특정 인물의 금융기록을 이 틀에 집어 넣어서 그 사람이 연체할 확률을 뽑아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금융생활을 어떻게 해왔느냐가 그 사람의 신용등급을 결정짓는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금융거래정보는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신용등급 역시 그에 맞게 변동이 됩니다.

신용등급 산출은 통계를 기반으로 확률을 뽑아내는 작업이므로 모든 개개인의 연체확률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신용평가사는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 신용평가 모형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신용이 곧 자산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신용이란 상대방을 믿는 정도를 뜻하는 말이지만, 경제활동에서 ‘신용을 사용한다’라는 의미는 나중에 갚을 것을 전제로 재화를 미리 끌어다 쓰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출이나 신용카드와 같은 금융서비스 외에도 우리가 신용활동을 하는 곳은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는 마음껏 전화통화를 하고 전화요금은 한달 뒤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전기, 수도, 가스도 마찬가지로 미리 사용하고 나중에 대가를 지불합니다. 사실상 후불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신용을 사용’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신용이 일반화된 신용사회이기 때문에 신용이 안 좋으면 생활 자체에 큰 제약이 생깁니다. 간단한 예로, 소위 ‘신용불량자’가 되면 본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통신회사는 통신비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용이 안 좋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신용은 자산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신용이 좋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돈이 그러하듯이 ‘신용이 좋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지요. 수중에 돈이 없어도 신용을 이용하면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환을 성실히 해서 높은 신용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 A와 낮은 사람 B가 같은 시기에 대출을 받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A는 은행에서 금리 연 6%로 3,000만원을 대출받고, B는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대부업체에서 연 30%의 금리로 60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신용의 중요성이 극명히 드러납니다. A는 B보다 5배나 많은 대출을 받았지만 놀랍게도 A와 B가 1년 동안 내야 할 이자는 180만원으로 같습니다. 만약 B가 A처럼 3,000만원을 대출받는다면 1년에 이자만 900만원을 내야 할겁니다. 빌린 돈은 같아도 갚아야 할 돈을 서로 다른 것이죠. 이것이 바로 신용이 가진 힘입니다.

 

어린 시절 한번쯤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해보셨다면 게임화면 한쪽 구석에 있던 ‘CREDIT’ 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실 겁니다. 동전을 넣으면 ‘CREDIT’ 옆에 ‘01’ 이라는 표시가 뜨는데, 이는 ‘언제든 버튼만 누르면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죠. ‘CREDIT’은 한국어로 ‘신용’이지요. 게임기에 돈을 넣으면 넣은 만큼 신용이 올라갑니다. 신용이 올라갈수록 게임을 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락실은 일찌감치 우리에게 신용이 곧 자산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오락실에서처럼 돈을 넣는 만큼 신용이 올라가지는 않지만, 올바른 금융생활을 지속하면 분명히 신용등급은 좋아집니다. 여러분 모두 꾸준하고 우량한 신용관리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 출처 : https://www.credit.co.kr/ib20/mnu/BZWCACCLM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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